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FTM 트랜스젠더/나라는 사람에 대하여

트랜스남성으로서 시스사회 편입하기

굉장히 오랜만에 블로그를 찾았다. 살다보니 그렇더란... 변명이다.

아무튼 근황이나 몇 자 적어볼까 한다. 나름대로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고, 기록해둬야겠단 생각이 들어서.

작년부터 시스 틈바구니에 섞여서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했는데,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.

 

첫째는 주변 사람 관계라고 명명하자. 친구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고... 아무튼.

정정 전엔 그래도 여자친구들이랑 어울리는데 큰 이질감이 없었다면... 지금은 반대가 됐다.

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도 좀 뭐하게 됐고 상대방 쪽에서도 무언가 이상한 벽이 느껴진다.

오히려 남자친구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오니깐 나도 그쪽이랑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잘 지내게 되고 그렇다.

단순히 서류상 성별과 보여지는 성별로 이런 차이가 생긴다고...? 스스로도 어이없지만 내가 겪고 있는 사회는 그렇다.

손바닥 뒤집듯이 성별 차이로 저런 갭이 생긴다니. 이분법적 성별 좀 무너졌으면. 선 긋지 말았으면.

하여튼, 그래서 이젠 적응을 잘 했냐?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.

시스남이라고 하기엔... 그들이 정해놓은 어떤 '남성적'인 것들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라.

여전히 시스사회 어렵고 알 수가 없다. 별로 알고 싶지 않지만 살려면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뭣같지만.

무엇보다 모르면 당하니까, 진짜 뭣같은 상황 피하려면 조금이라도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... 그냥 엄청 충격적일 정도로 주옥같은 점들도 있었고...

그런데도 딱 한 가지 배운 점은 있다. 그냥 걔네는 자신감이 넘친다. 자존감이 높다. 두려운게 없어보인다.

하도 오구오구 해주는 사회에서 자란 탓인지 몰라도 그렇다.

그런 태도는 좋은 점만 쏙쏙 흡수해서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.

난 나 자신을 믿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고 자존감도.... 뭐 예전보단 좋아졌지 좋아졌는데 여전히 부족.

어떻게 보면 생각없어 보이는데 그것마저도 부러워질 때가 있다. 너무 나랑 다른 지점이니깐.

 

그리고 둘째로 취업을 했다. 물론 남성으로. 어쨌든 하긴 했는데... 영 껄적지근하다.

회사에는 커밍하지 않았다. 할 생각도 없고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해서. 일하는데 필요한 부분은 아니라서.

나를 시스남성으로 알고 있고, 나도 그런 척 연기를 하고 있지만... 때때로 위기는 오기 마련이다.

뭐 군대 같은 부분들? 자주 이야기하진 않는데 그래도 어쩌다 말이 나오면 왜 면제를 받았는지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.

그리고 다른 친구들 다 군대 가있는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지도.....

근데 생각보다 시스남들도 군면제 받은 사람 많고, 공익도 엄청나게 많다.

공익 받으려고 별별짓을 하는 놈들도 많고.

취업할 때 면제라서 불리하진 않을까, 면제사유에 대해 물어보면 어떡하지 전전긍긍했는데 (산업군마다 다르겠지만) 크게 작용하진 않는 거 같다.

하지만 물어보면 난감하긴 하다. 없는 경험을 만들어내야하니까 진땀빼게 된다.

그리고 면제든 군필이든 그놈의 힘쓰는 일은 오지게 시킨다.

그렇잖아도 힘도 약하고 몸도 잘 못 쓰는 사람인데 힘쓰려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.

여자면 여자라고 못하게 하고 남자면 남자라고 해야만 한다고 하고.... 내 인생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.

 

대충 내가 경험해본 바들은 이러하다.

모든 트젠의 경험이 똑같을 수는 없으니 누군가는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만 어떤 누군가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.

정정한다고 해서 다 끝이 나는게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라 힘든 점도 즐거운 점도 있다는 것 정도만 일러주고 싶다.

우리네 인생 잘 다독이면서 살아가는 수밖에.